persona.1_마치며
persona/.1 배낭여행하러가면 2008. 4. 21. 10:44 |휴.. 벌써 배낭여행을 갔다 온지도 한 달이 다 되어간다. 누구처럼 무전여행하면서 생고생한 것도 아니고, 여행 도중에 돈이라도 잃어버려 쫄쫄 굶은 것도 아닌 그냥 평범한 여행이었지만, 나름대로는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지금도 지난 여행 중에 찍었던 사진을 보면 다시 그때로 돌아가는 것만 같다.
배낭조차 준비하지 못했던 배낭여행에서 얻은 것 중 가장 큰 것을 말하자면, 경험이다. 처음부터 경험이라는 걸 얻기 위해 떠난 것이었고 충분히 잘 수행했다고 생각한다. 히치하이킹을 할 때나 유스호스텔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과 영어로 나눈 대화. 퀘벡에서 의사소통이 안되어서 몸짓 발짓을 해가면서 음식을 시켰던 기억, 잠들지 않는 도시의 불빛과 광활한 대륙이 보여주는 믿을 수 없던 자연의 모습. 그리고 점점 알면 알수록 커져가는 문화적 차이가 가져다 주는 충격. 낱낱이 설명하자면 끝이 없다;
혼자서 여행을 하면서 느낀 점은 너무나도 많다. 원하는 걸 자유롭게 볼 수 있고 좀 아쉬우면 아쉬운대로 여행을 즐길 수도 있고, 스케쥴이 계획대로 안 맞을 때도 유연하게 다른 계획을 세우기도 쉽고.. 단지 좀 안타까웠던 것은 정말 멋지거나 좋은 걸 봤을 때 이 느낌을 공유할 사람이 없다는 것일 거다. 뭐, 혼자 가는 것이나 친구들과 같이가는 것이나 각각의 장단점이 있으니 뭐가 좋다고는 말을 못하겠지만 말이다.
북미를 여행하면서 무엇을 볼 것이냐 물으면, '자연'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지금 살고 있는 밴쿠버나 지난 여름에 떠났던 미국 서해안 여행, 그리고 이번 동부 캐나다 여행을 겪으면서 대자연이란 게 얼마나 위대한 건지 알게 되었다. 지금도 나이아가라 폭포를 봤을 때의 느낌은 정말 형언할 수가 없다(나중에 정말 돈 모아서 부모님 보내드려야지). 뭐 처음엔 박물관 같은 것도 정말 열심히 구경했지만 역사가 오래되지 않아서 그런지 보다 보니까 점점 지루해졌던 것 같다.
그리고 여행을 통해 총 1500불(원화로 150만원 정도) 정도를 썼다. 그중에 비행기표와 기차표를 구입한 걸 빼면 700불 정도를 썼던 것 같다. 숙박비를 줄이기 위해 유스호스텔을, 그리고 식비를 줄이기 위해 사갔던 참치캔과 컵라면 ㅋ 조금 배고픈 걸 참고 다리 아픈 거 참으면 많이 아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짐을 모두 합치면 무게가 30kg이 조금 안되었던 걸로 기억된다. 거의 행군하다시피 하루종일 걷고 밥 대충 먹고 하니까 여행중에 몸무게가 10kg 가까이 빠졌다. 다이어트엔 헝그리 배낭여행이 최고인 듯 하다 ㅋ
반 년 넘게 밴쿠버에서 영어를 공부했지만 여행을 떠나서 겪게 되는 새로운 상황과 그 상황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데 조금의 어려움이 있었다. 언어를 구분하자면 학문이라 하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기술도 아니고. 퀘벡 주에서 불어와 영어를 동시에 구사하는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가 죽어라고 공부하는 영어는 무엇을 위한 것인가 싶다. 영어가 진학이나 취업의 기준이 된다는 것, 이 곳에서 보면 정말로 아이러닉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그리고 더 중요한 건, 내가 그렇게 영어를 잘 하는 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유스호스텔에서 만난 여행자들은 원어민을 제외하고는 그렇게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아주 기초적인 대화만 되어도 여행하는 데 별 지장 없다는 말이다 ㅋ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준비하고 실행한 여행. 이 곳에 기록한 조그마한 발자국은 내 20대의 진일보를 위한 '다름'이다.
persona.1_배낭여행하러가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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